마멸(wear)이란 물체 표면의 재료가 점진적으로 손실 또는 제거되는 현상을 말한다. 마멸은 공구나 금형과 공작물 사이의 접촉면 형상에 변화를 주므로, 제조공정의 기술적, 경제적인 측면에서 큰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 즉, 마멸은 가공품의 치수나 품질뿐만 아니라 제조과정에도 영향을 준다. 가공공정에서의 마멸문제로는 마멸된 절삭공구들을 교체나 재연마하는 문제, 마멸된 성형공구나 금형을 교체하거나 수리하는 문제 등이 있다. 금속가공용 기계는 높은 하중이 작용하는 중요한 부품들의 교환이 용이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와 같이 마멸이 예상되어 수시로 교체되도록 설계된 부품을 마멸부품(wear part) 또는 마멸판(wear plate)이라고 한다.
마멸은 표면형상에 변화를 주며 가공면에 심각한 손상을 입힐 수도 있으나, 한편으로 이로운 측면도 있다. 즉, 마멸작용에 의해 표면의 돌출부들이 제거되므로 표면거칠기가 향상될 수 있다. 따라서, 적절히 조절된 상태에서의 마멸은 일종의 연마과정으로 취급될 수 있다. 기계나 엔진의 운전중에는 이러한 형태의 마멸이 생긴다.
[응착마멸(adhesive wear)]
돌출부들이 응착결합(국부용접)된 상태에서 수평력(마찰력)이 작용하면, 원래 접촉면 또는 이보다 위나 아래쪽을 따라 전단파단이 일어나게 된다(다음 그림).
접촉부위에서의 변형경화, 확산, 상호 고체용해도(solid solubility) 등과 같은 요인들에 의해 접착부의 결합강도가 모재의 강도보다 클 경우가 많다. 따라서, 파단은 주로 연한 재질측에서 일어나게 된다. 이러한 응착마멸 또는 미끄럼마멸로 생성된 마멸파편은 한동안 강한 재질쪽(그림의 상부물체)에 붙어 있다가, 계속되는 미끄럼 작용에 의해 궁극적으로 분리되어 마멸입자로 된다.
접촉면에 불순물이 없는 깨끗한 상태에서 과대한 하중이 작용하거나 접착부의 결합강도가 매우 강한 경우의 옹착마멸은
스커핑(scuffing: 마찰열에 의해 한 표면이 다른 표면에 용융부착되면서 떨어져 나가는 현상),
스미어링(smearing: 떨어져 나온 마멸입자가 다시 한쪽 또는 양쪽 표면에 달라붙는 현상),
찢김(tearing), 골링(galling: 한 표면의 일부가 다른 표면에 붙어 벗겨지는 현상), 시저(seizure: 녹아붙음)
등과 같은 격심한 마멸(severewear)상태로 되어 응착마멸률이 매우 커진다.
금속표면에 덮여 있는 산화층의 두께는 20~100A 정도에 불과하지만, 마멸거동에서의 역할은 매우 크다. 작용하중의 크기가 작고 산화층이 모재에 견고히 부착된 경우에는 돌출부들 사이의 접합강도가 약하고 마멸량도 작다. 즉, 이러한 경우에는 산화층이 방어막 역할을 하게 되어 가벼운 마멸(mild wear)상태가 되며, 생성되는 마멸입자의 크기도 작다. 대기 중에 노출된 표면은 산화층 이외에도 가스흡수층이나 불순물층으로 덮혀 있다. 이러한 층들은 매우 얇지만(5A), 역시 금속표면들을 분리시키는 작용을 하므로, 돌출부들 사이의 결합력을 약화시키는 효과를 가진다. 따라서, 이들 충들도 응착결합을 줄이는 방어막 역할을 하며, 궁극적으로 마멸량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가진다.
두 미끄럼접촉면 사이의 어떤 접합부가 마멸입자를 생성할 확률을 근거로 하여, 응착마멸량 V를 계산하는 식은 다음과 같다.
여기서 kw는 마멸계수(무차원), L은 이동거리, W는 수직하중의 크기, p 는 연한 재료의 압입경도이다. 대기 중에서 서로 미끄럼 운동하는 재료들의 조합에 대한 대표적인 kw 값들이 다음 표에 주어져 있다.
[연삭마멸(abrasive wear)]
연삭마멸은 단단한 돌출부가 있는 표면과 이보다 연한 표면이 서로 미끄럼 운동을 할 때 발생한다. 이러한 형태의 마멸기구는 마치 연삭기구와 같이 미소한 칩(micro chip)을 생성하며, 결과적으로 연한 재질의 표면에 흠이나 긁힌 자국을 남긴다. 연삭마멸은 연삭가공 초음파가공, 입자분사가공 등과 같은 입자가공공정들의 원리가 되고 있다.
순수금속이나 세라믹재료들의 경우, 연삭마멸에 대한 저항성은 이들 재료의 경도값에 거의 선형적으로 비례한다. 따라서, 재료의 경도를 증가시키거나(열처리나 또는 다른 방법을 통해 미세조직을 변화시킴) 수직하중을 감소시킴으로써 연삭마멸을 줄일 수 있다. 한편, 탄성중합체나 고무재료들은 원천적으로 연삭마멸에 대한 저항성을 가진다. 왜냐하면, 이들 재료의 표면 위로 단단한 입자가 지나가는 경우, 표면이 탄성적으로 변형된 후 곧바로 원래 형상으로 복원되기 때문이다. 좋은 예로, 자동차바퀴는 도로표면이 연삭마멸을 촉진시키는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긴 수명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조건에서는 경화처리된 강이라 할지라도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연삭마멸의 기본적인 형태는 두 물체 사이의 마멸(2-body wear)과 세 물체 사이의 마멸(3-body wear)이다. 첫 번째 형태는 침식마멸(erosive wear)에 해당하며, 주로 유체나공기와 함께 분사되는 연삭입자(예를 들면, 모래)의 침식작용에 의해 표면의 마멸을 유발시키는 것이다. 두 번째 형태인 세 물체 사이의 마멸은 금속가공공정에서 중요하며, 공작물과 금형 사이의 윤활제에 포함된 마멸입자에 의해 연삭마멸이 유발된다. 절삭이나 연삭에서는 유입된 입자들이 윤활계통을 오염시켜 기계부품의 표면에 흠집을 내거나 손상을가져올 수 있다.
[기타 마멸기구]
부식마멸(corrosive wear)은 표면에 생성된 미세한 부식물들이 마멸입자로 되어 떨어져나오는 현상으로, 표면과 주위환경 사이의 화학작용 또는 전해작용에 의해 야기된다. 접촉면들 사이의 미끄럼운동이나 연삭작용에 의해 부식충이 파괴되거나 제거되면, 새로운 부식충이 형성되기 시작한다. 이와 같은 부식층의 형성과 제거과정이 계속 반복된다. 부식을잘 유발시키는 물질로는 물, 바닷물, 산소, 산성물질들이나 기타의 화학물질들, 공기 중의황화수소나 이산화황 등이 있다.
피로마멸(fatigue wear)은 구름접촉을 하는 베어링과 같이 재료의 표면이 반복하중을받을 때 생기는 마멸형태이다. 마멸입자는 스폴링(spalling : 표면균열의 성장에 의해 표면일부가 박리되는 현상)이나 피팅(pitting : 높은 접촉압력에 의해 표면이 국부적으로 오목하게 패어지는 현상)에 의해 형성된다. 또다른 형태의 피로마멸은 열피로(thermal fatigue)에 의한 것이다. 냉각된 금형이 고온의 공작물과 반복적으로 접촉되는 경우처럼, 반복되는열하중하에서는 열응력에 의해 표면에 균열이 생긴다. 이러한 균열들이 성장하여 결합하게 되면, 표면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면서 피로마멸을 일으키게 된다. 이러한 형태의 마멸은 주로 열간가공이나 다이캐스팅에 사용되는 금형에 생기기 쉽다. 피로마멸을 줄이기 위해서는 접촉응력 및 열하중을 낮추거나, 불순물, 개재물 또는 균열의 시작점이 될 소지가있는 결함들이 제거된 고품질의 소재를 사용한다.
충격마멸(impact wear)은 표면에 충돌하는 입자에 의해 미량의 재료가 표면으로부터 떨어져 나가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형태의 마모현상을 제조공정에 응용한 예로는, 제품에 생긴 버(bur)를 제거하기 위한 텀블링 (tumbling) 가공이나 진동에 의한 다듬질가공들이 있다.
[플라스틱과 세라믹재료의 마멸]
내마멸성이 우수한 대표적인 고분자재료들로는 폴리이미드, 나일론, 폴리카보네이트, 폴리프로필렌, 아세탈, 고밀도 폴리에틸렌이 있다. 이러한 재료들은 성형이나 기계가공을 통하여 기어, 폴리, 스프로킷 및 이와 유사한 기계부품들로 제조되고 있다. 플라스틱재료들은 다양한 성분들, 즉 PTFE, 규소, 흑연, 이황화몰리브덴 등과 같은 내부윤활제나 고무입자를 첨가시켜 성형하여 내마멸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강화 플라스틱재료의 내마멸성은 강화재의 종류, 함유량 및 모재 내에서의 방향에 따라 달라진다. 탄소섬유 유리섬유 및 아라미드(aramid) 섬유들은 모두 내마멸성을 향상시킨다. 섬유강화 플라스틱재료의 마멸은 섬유들이 모재로부터 이탈되면서 발생한다. 따라서, 섬유방향이 미끄럼방향과 같으면 섬유들이 쉽게 이탈되므로 마멸이 극심해진다. 강화섬유의 형태로 장섬유를 사용하면 섬유이탈도 줄고 내부균열이 쉽게 표면으로 전파될 수 없으므로 내마멸성이 향상된다.
세라믹재료와 금속재료가 서로 미끄럼운동할 경우에는 세라믹재료의 마멸은 국부소성변형, 표면균열, 표면화학반응, 경작기구, 피로 등에 의해 발생된다. 금속재료가 산화물형태로 세라믹재료 표면에 이동되어 세라믹재료의 표면에 금속산화물층이 형성될 수 있다. 따라서, 이들 재료의 미끄럼운동은 실제로는 금속과 금속산화물 표면사이의 미끄럼 운동으로 볼 수 있다. 흔히 사용되는 윤활제들은 세라믹 재료의 마멸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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